
애틀란타 빛과 소금 한인교회
추측은 금물 (박은생 목사)
부산 영도에서 경찰서에 근무하던 경찰이 어느 날 새벽, 순찰을 도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초등학교 내 구석진 곳에서 불을 피우고 있었습니다. 분명 나쁜 짓을 벌이려고 저러는구나 싶어 ‘호되게 혼을 내주고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.
얼마 뒤 주택가를 순찰하는데 그때 그 녀석이 어느 집 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가는게 아닙니까! 이 경찰은 직감으로 빈집털이라고 의심을 했습니다. 그런데 조심스럽게 살펴본 상황은 그 경찰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.
그 아이는 단칸방에서 병든 할머니와 자폐아 동생을 돌보는 소년 가장이었습니다. 새벽에 신문을 돌리는데 동생이 한번 깨면 쉽게 잠들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나와 밖에서 불을 쬐며 추위를 달랬던 것입니다.
며칠 전 독설을 퍼부은 내 혀가 부끄러웠습니다. 다음날 쌀과 라면을 몰래 놓고 나왔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. 내가 경찰로서 한 말들이 혹시 사람들 가슴에 지우지 못할 상처로 남은 것은 아닐까?
그 뒤 도시정비계획으로 단칸방은 헐렸고 녀석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습니다.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밖에서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동료가 내게 상자를 하나 내밀었습니다.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남학생이 주고 갔다고 합니다. 상자 안에는 엉성한 케이크와 쪽지가 들어 있었습니다.
“아저씨 고맙습니다. 저는 요즘 제빵 기술을 배웁니다. 나라를 위해 일하지는 못해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.” 그 경찰은 선입견을 가지고 그 어린이를 의심했던 것에 대해 가슴이 저려왔습니다.
함부로 선입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마세요.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이 느끼는 첫인상을 가지고 “저 사람은 그런 사람일 것이다”라고 단정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엄청난 실수를 하는 것입니다.
그 사람에 대한 첫 인상이 사기꾼 같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을 사기꾼으로 내몰면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. 그 사람이 사기꾼인 것처럼 이야기 하므로 괜한 사람을 사기꾼으로 만들어 버립니다.
우리들의 문제는 객관적인 사실도 없이 자기 주관적인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옮기는 잘못을 범할 때가 많습니다. 그 경찰은 그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하려고 하는 ‘문제아’로 생각했던 것입니다. 이것이 얼마나 큰 잘 못입니까?
우리들이 교회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. 객관적인 사실에 관한 증거가 아무 것도 없는데 자신의 주관적인 추측을 가지고 “그 사람이 그랬을 것이다” “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다”라고 평가하므로 꼭 자신이 그 사람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처럼 말을 하므로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합니다.
이제 주관적인 추측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‘이렇다, 저렇다’ 하지 맙시다.